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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사이플 15기 목요일 저녁반 김니나 포이맨님] 케노시스 독후감 - 장경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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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92e008fc
조회 607회 작성일 26-01-15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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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이 감옥 안에서 기록한 빌립보서를 배경으로, 케노시스, 즉 ‘자기비움’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사실 처음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오랜 시간 교회를 다니며 자기비움이나 내려놓음에 대한 설교를 너무도 많이 들어왔기에, 이 주제에 대한 익숙함이 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익숙함 속에서 내가 내린 나름의 결론은 이것이었다.
‘하나님께서는 내가 간절히 원하는 것은 잘 들어주시지 않는다. 그러니 안 되어도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살아가자.’
내게 자기비움이란, 더 이상 실망하지 않기 위해 마음을 접어두고 기도하는 태도, 한 발짝 물러선 신앙의 자세에 가까웠다. 그래서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기뻐할 수 있는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에도, ‘그래, 그렇지. 쉽지는 않지만’ 정도의 마음으로 담담히 넘기며 읽어 내려갔다.
그러던 중 내 마음을 두드렸던 대목은 ‘영적인 아버지와 아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모태신앙으로, 나름 열심히 믿음생활을 해왔다고 생각해왔지만 누군가 내게 영적 아버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선뜻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즐겨 듣는 목사님의 설교가 있고, 친밀함을 느끼는 목사님들도 계시지만, 개인적으로 삶과 신앙에 대해 따끔한 코멘트를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인가를 생각하면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목자로 섬기고 있는 지금의 자리에서도, 내게 맡겨진 목원들이 영적인 아들들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역할은 있으되, 관계는 얼마나 깊은지 돌아보게 된 것이다.
바울과 디모데, 그리고 에바브로디도의 관계를 통해 저자는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허락하신 역할에 순종하고, 자신을 주장하기보다 서로를 돕는 자로 존재할 때 공동체가 건강해질 수 있음을 말한다. 자기비움은 단순히 욕심을 내려놓는 태도가 아니라, 관계 안에서 나의 자리와 역할을 하나님 앞에서 기꺼이 내어드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나 혼자의 자기비움뿐 아니라 케노시스하며 서로를 다듬고 세워가는 공동체, 곧 함께 성장하는 교회가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지 새삼 느꼈다. 이 책을 덮으면서, 나는 이제야 자기비움이 단순한 마음가짐이 아니라, 사랑과 순종 속에서 실천되는 삶임을 조금은 깨달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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